촌스러운 교복 입고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면 저녁 10시. 집에 와서 씻고 복습 한다며 책상에 앉아 꾸벅 꾸벅 졸다 잠들면 다시 아침.
고등학교 3년을 이렇게 보내다 드디어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와! 나도 대학생이다. 지성과 낭만이 공존하는 캠퍼스에 입성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강의실이 엄청 넓고, 많을 때에는 100명 넘게 수업을 듣기도 합니다.
교수님은 초중고 선생님만큼 자세히 강의하시지 않습니다. 교재를 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영어로 쓰인 교재도 있습니다. 뭘 배웠는지 잘 모르겠는데 등록금은 어마어마합니다. ‘이게 뭐지?’ 정신 차리기도 전에 중간고사를 본다고 합니다.
시험 범위는 엄청 넓은데, 참고서도 없고 학원도 없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내일이 시험날입니다. “으아~ 큰일났다! 번역본 좀 빌려 줘~~~” “빨리 복사하고 돌려 줘! 나도 빨리 봐야 해! T.T”
간신히 번역본을 빌려 단과대 건물 3층 모퉁이에 있는 작은 복사집에 달려갔습니다. 엄지손가락에 고무골무를 끼고 제본되어 있는 번역본을 엄청난 속도로 넘겨가며 복사하는 분을 보며 “사람은 모름지기 기술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해~”라고 말씀하신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도서관 의자에 앉았습니다. ‘이제 어떡하지. 대학 첫 축제라는 핑계로 수업도 여러 번 빠져서 생각 나는 게 별로 없는데. 음... 일단 읽자. 읽으면서 뭘 좀 알아야 뭐라도 할 수 있겠지’ 나의 집중력이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집중해서 번역본을 읽어 나갑니다.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최대한 이해하며 읽어 나갑니다.
이때 읽기란 아래와 같이 하는 것인데요. 아래와 같이 읽는 것과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것 중 어느 경우가 자기주도 학습능력 기르기에 해당할까요?
① 글을 읽습니다.
② 이해하려 집중합니다. ⇒ 태도(집중하려는 마음가짐)
③ 요약하려면 선택해야 하니까 비교 분석합니다. “이건 중요해. 이건 넘어가자. 이건 저것의 사례 1, 2, 3이야.” ⇒ 기능(비교, 분석 사고)
④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선택합니다. ⇒ 기능(선택, 결정 사고)
⑤ 선택한 내용을 구조화 해서 정리합니다. ⇒ 기능(종합 사고)
⑥ 복습하면서 기억하려 합니다. ⇒ 지식(배경지식 습득)
강의를 듣는 것은 선생님이 이해시켜 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위의 경우는 내가 스스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하는 태도가 훈련됩니다. 이해, 비교, 분석, 선택, 결정, 종합적 사고력이 훈련됩니다. 그리고 배경지식도 습득됩니다. 자기주도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기능을 훈련하고, 태도를 함양합니다.
왜 독서가 가장 중요할까요? 왜 책 읽기가 가장 중요할까요? 독서는, 책 읽기는 자기주도 학습능력의 기초 단계를 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엄마~ 나 책 읽어 줘~”라고 말합니다. 아이의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엄마~ 책 읽어 줘~ 책 읽어주면 그림을 관찰하고 소리를 들으면서 집중하는 태도를 훈련할거야. 이해, 비교, 분석, 선택, 결정, 종합하는 사고 훈련도 할 거야. 내가 선택한 정보를 배경지식으로 저장할 거야.”와 같습니다. ^^
‘자기주도 학습’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해야 잘 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서를 많이 한다는 것은 자기주도 학습을 많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독서를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길러집니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왜 공부를 잘 할까요? 왜냐하면 ‘독서 = 자기주도 학습능력의 기초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학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공부를 잘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아빠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공부는 자기가 하는 거야!”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입니다. 자기주도 학습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거의 모든 부모들이 '독서가 중요하다.' 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을 보면, 아이의 독서 성공률은 50%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기를 바라시나요? 그러면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입니다. ‘내 아이 어떻게 하면 스스로 공부하게 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내 아이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게 할까?’부터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고민 해결을 위해 <우리 아이 독서 고수 만들기> 책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아! 책만 많이 읽으면 시험도 100점 맞는다는 건 아니예요. 참고서(문제집)에 있는 문제를 좀 풀어봐야 해요. 시험에 어떤 식으로 문제가 나오는지 적응할 필요가 있는 거죠. 독서는 자기주도 학습능력의 ‘기초’를 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자동으로 시험까지 잘 보게 해 주는 만병 통치약은 아니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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